
건축의 가치
토지는 인간에 의해 가치가 판단되며, 그 장소에 건물이나 다른 형태의 오브제가 더하여 토지의 가치가 상승한다. 토지는 가능성이고, 건물은 가치의 산물이다. 건축물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공간의 내외부적 구성(건축설계)과 내부 디자인(인테리어설계)이다.
건축가는 건물만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와 공간의 가치를 처음부터 끝까지 판단하여 가치를 극대화하는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이는 건축가가 사업시행자(디벨로퍼)가 보지 못하는 존재 가치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사업시행자는 도시적, 경제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건축가는 경제적 가치와 존재 가치를 둘 다 추구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건축가는 더 의미있고 가치있는 건물을 만들기 위한 시도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건축가의 역할
건축가는 항상 생각해야 한다. 토지의 존재 가치는 어디서 비롯되나, 그 가치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사람들이 직접 모이거나 관심이 모이는 곳에는 돈을 제외한 어떠한 공통점이 있는가, 현재의 가치가 미래에도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여 대상의 가치를 유동적으로 판단하고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과거와 미래에 대한 복기와 전망이 필수적이며, 그것을 통해 하나의 단순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벗어나 대상의 가치를 온전히 자신만의 새로 태어난 모습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야 말로 건축가의 역할이다. 건축가는 예술가가 아니다. 엔지니어도 아니다. 건축가는 둘 다 이해해야 하고, 둘 다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나 엔지니어의 역할이 상이하지만, 그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서로에 대한 역할을 존중해야만이 가치있는 무언가가 탄생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건축가의 현재와 미래
요즘에는 젊은 건축가들이 선구적인 자세로 건축업계를 발전시키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축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일부 작가주의에 빠져있는 기성세대의 건축가들이 문제다. 그들은 여전히 빈자의 미학이라던지 낡디 낡은 구식 가치관을 추구하여 젊은 사람들, 신입사원 등을 열정페이만을 강요하며 어떻게 하면 싸게 이용해먹을까를 고민한다. 제발 반성좀 해라.
또 기성 건축가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신진 건축가들이 올라오는 것을 막으려고 하기에 급급하다. 자기 밥벌이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할 시간에 트렌드를 읽고 발전하려고 노력하면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나이가 많든 적든 성장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시키고 협력하여 더 좋은 건축을 만들 수 있다. 건축사 인원 줄이라고 주장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어차피 건축사라는 자격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력이 중요한 것이다. 무늬만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전문가가 많으면 많을수록 건축에 대한 관심도와 건축 서비스의 질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또 건축주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수준이 높아지게 됨으로써 한국 사회의 건축이 발전하고 최초의 프리츠커상도 수상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